진달래

                                    - 이해인

해마다 부활하는
사랑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네 가느단 꽃술이 바람에 떠는 날
상처 입은 나비의 눈매를 본 적이 있니
견딜 길 없는 그리움의 끝을 너는 보았니

봄마다 앓아 눕는
우리들의 持病은 사랑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한 점 흰 구름 스쳐가는 나의 창가에
왜 사랑의 빛은 이토록 선연한가

모질게 먹은 마음도
해 아래 부서지는 꽃가루인데

물이 피 되어 흐르는가
오늘도 다시 피는
눈물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학명, Rhododendron mucronulatum Turcz. 과명, Ericaceae 진달래과.

국명:진달래, 영명:Korean Rhododendron, Korean Snow Azalea. 향명:진달래나무, 참꽃나무, 왕진달래,

杜鵑花(두견화)/ 迎红杜鹃(ying hong du juan)/ ゲンカイツツジ(겐카이츠츠지: 玄海躑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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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쓰기
                                           - 이해인
시간 없어 바쁠 땐
내내 시간 시간 노래하며
무작정 여유를 아쉬워하다

막상 시간이 많이지면
오히려 바쁠 때가 낫다고 한다

바쁠 적에 잠시 잠시
살뜰히 챙겨 쓰던
자투리 시간들이
더 그립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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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꽃
                                       - 이 해 인
한번씩
욕심을 버리고
미움을 버리고
노여움을 버릴 때마다
그래 그래
고개 끄덕이며
순한 눈길로
내 마음에 피어나는
기쁨 꽃 , 맑은 꽃

한번씩
좋은 생각하고
좋은 말하고
좋은 일할 때마다
그래 그래
환히 웃으며
고마움의 꽃술 달고
내 마음 안에 피어나는
기쁨 꽃, 밝은 꽃

한결같은 정성으로
기쁨 꽃 피워내며
기쁘게 살아야지
사랑으로 가꾸어
이웃에게 나누어줄
열매도 맺어야지


                                  - 이해인
내 몸 속에 길을 낸 현관 속에
사랑은 살아서 콸콸 흐르고 있다

내 허전한 머리를 덮은 머리카락처럼
죽음도 검게 일어나
나와 함께 매일을 빗질하고 있다

깎아도 또 생기는 단단한 껍질
남모르게 자라나는 나의 손톱처럼
보이지 않는 신앙도
보이지 않게 크고 있다

살아 있는 세포마다
살아 있는 사랑
살아 있는 슬픔
아무도 셀 수가 없다

산다는 것은 흐르면서 죽는 것
보이지 않게
조금씩 흔들리며
성숙하는 아픔이다


먼지가 정다운 것은
                                           - 이해인

날마다 나도 모르게
먼지를 마시며 살고
날마다 일어나서
먼지를 쓸며사네

어디서 오는지
분명치 않은 먼지와 먼지

하얀 민들레 솜털처럼
먼지가 정다운 것은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때문이지

어느날
나도 한줌
가벼운 먼지로 남게 됨을

헤아려 볼 수 있기 때문이지

아침 바다에서
                                                - 이해인

금빛 번쩍이는 욕망의 비늘을 털고
당신께 가겠습니다
밤새 침몰했던 죽음들이
흰 거품 물고 일어서는 부활의 바다

황홀한 아침을
全身(전신)으로 쏟아 내는 당신 앞에
나는 몸부림치며 부서지는
숙명의 파도입니다

승리의 기를 흔들며 오실 당신을 위해
빈 배로 닻을 내린 나의 생애
수평선을 가르며
춤추는 갈매기로 가겠습니다

내력을 묻지 않고
보채는 내 마음을 안아 주는 바다
영원이 흰 泡沫(포말)로 일어서는
바다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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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앞에서

                                - 이해인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아침내 여기 앉아 있네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하던

희디흰 봄 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고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발길을 따라 찾게되는 항구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하는 미련함을 늘 가지지만 언제나 똑 같은 결론이라

오늘도 그 마음만 두고 옵니다~

버리려 해도 지우려 해도 무슨 미련이 그리도 남는 건지 그 아둠함에 한숨을 더해 보네요~

망각이 그래서 좋은 건데...  

겨울바다 

                                                    - 수녀 시인 이해인

내 쓸모없는 생각들이 모두 

겨울바다 속으로 침몰해 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도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일 때 

바다를 본다


누구도 사랑하기 어려운 마음일 때

기도가 되지 않는 답답한 때

아무도 이해 못 받는

혼자임을 느낄 때

나는 바다를 본다

참 아름다운 바다빛

하늘빛

하느님의 빛

그 푸르디 푸른 빛을 보면

누군가에게 꼭 편지를 쓰고 싶다


사랑이 길게 물 흐르는 바다에

나는 모든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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