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인
내 몸 속에 길을 낸 현관 속에
사랑은 살아서 콸콸 흐르고 있다

내 허전한 머리를 덮은 머리카락처럼
죽음도 검게 일어나
나와 함께 매일을 빗질하고 있다

깎아도 또 생기는 단단한 껍질
남모르게 자라나는 나의 손톱처럼
보이지 않는 신앙도
보이지 않게 크고 있다

살아 있는 세포마다
살아 있는 사랑
살아 있는 슬픔
아무도 셀 수가 없다

산다는 것은 흐르면서 죽는 것
보이지 않게
조금씩 흔들리며
성숙하는 아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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