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 12월에 오시려거든 ♥
-오광수
그대 12월에 오시려거든
짧은 해 아쉬움으로
서쪽 하늘이 피 토하는 늦음보다
밤새워 떨고도 웃고선
들국화에게 덜 미안한 아침에 오오.
뒷주머니 손을 넣어
작년에 구겨 넣은 넉살일랑 다시 펴지 말고
몇 년째 우려먹은 색바랜 약속 뭉치는
그냥 그 자리에 두고
그저 빈 마음 하나 간절함 가지고 그리 오오.
이젠 진실을 볼 수 있는
헤아림도 있을 텐데
이젠 영혼을 이야기할 경험도 가졌으려니
오시면 소망하나 위하여
마당 앞에 불 환히 같이 피워봅시다.
그대 12월에 오시려거든
달력 끝에서 숨 바쁘게
팔랑 이는 바람이 등 돌릴 때 말고
늦가을 햇살에 느긋하니
감하나 익어가는 지금 오오.
'그림내 > 향기처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0) | 2018.05.10 |
---|---|
11월을 보내며... (0) | 2017.11.30 |
저건 하늘의 빈털터리 꽃 (0) | 2017.10.27 |
구름같이 - 노천명 (0) | 2017.10.01 |
진리는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길 - 법륜스님 (0) | 2017.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