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인
내 몸 속에 길을 낸 현관 속에
사랑은 살아서 콸콸 흐르고 있다

내 허전한 머리를 덮은 머리카락처럼
죽음도 검게 일어나
나와 함께 매일을 빗질하고 있다

깎아도 또 생기는 단단한 껍질
남모르게 자라나는 나의 손톱처럼
보이지 않는 신앙도
보이지 않게 크고 있다

살아 있는 세포마다
살아 있는 사랑
살아 있는 슬픔
아무도 셀 수가 없다

산다는 것은 흐르면서 죽는 것
보이지 않게
조금씩 흔들리며
성숙하는 아픔이다


인생은 혼자라는 말 밖엔
                       - 조병화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외롭다는 편지를 보내는 것은
사치스러운 심사라고
생각하시겠지요

나보다 더 쓸쓸한 사람에게
쓸쓸하다는 시를 보내는 것은
가당치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시겠지요

그리고, 나보다 더
그리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그립다는 사연을 엮어서
보낸다는 것은
인생을 아직 모르는
철없는 짓이라고 생각하겠지요

아, 나는 이렇게 아직
당신에게는 나의 말을 전할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그저, 인생은 혼자라는 말 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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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돌아보면 누구나 비슷한 외모와 삶이지만 나름의 개성과 방식이 다름으로

그 어울림 또한 더욱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지난 여행 앨범을 다시 돌아보며 그 어울림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네요~

홀로 무엇을 하리
                 - 시인 홍관희

이 세상에 저 홀로 자랑스러운 거
무어 있으리
이 세상에 저 홀로 반짝이는 거
무어 있으리
흔들리는 풀잎 하나
저 홀로 움직이는 게 아니고
서있는 돌멩이 하나
저 홀로 서있는 게 아니다

멀리 있는 그대여

행여
그대 홀로 이 세상에 서있다고 생각하거든
행여
그대 홀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우리 함께 어린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자

밥그릇 속의 밥알 하나
저 홀로 우리의 양식이 될 수 없고
사랑하는 대상도 없이
저 홀로 아름다운 사람 있을 수 없듯

그대의 꿈이 뿌리 뻗은 이 세상에
저 홀로 반짝이며 살아있는 건
아무것도 있을 수 없나니.

하나보다는 우리라는 생각과 마음이 이 겨울을 더욱 따뜻하게 해주리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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