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 뒷산 공사바위에 올라가 보니 운주사 전경이 전체적인 모양이 배와 같기도 하다. 계곡이 갑판이고 운주사 맨 앞의 구층석탑이 돛대고 운주사 중심부에 자리한 석조불감이 선실 같기도 하다. 운주사에 흩어져 있는 불상은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 것 같다. 배는 누가 부릴까운주사 후미 높은 곳에 있는 마애불이 아닐까?

운주사 불상들은 천불산 각 골짜기 바위너설 야지에 비로자나부처님(부처님의 빛, 광명)을 주불로 하여 여러 기가 집단적으로 배치되어있다. 크기도 각각 다르고 얼굴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홀쭉한 얼굴형에 선만으로 단순하게 처리된 눈과 입, 기다란 코, 단순한 법의 자락이 인상적이다. 민간에서는 할아버지부처, 할머니부처, 남편부처,

아내부처, 아들부처, 딸부처, 아기부처라고 불러오기도 했는데 마치 우리 이웃들의 얼굴을 표현한 듯 소박하고

친근하다.

이러한 불상배치와 불상제작기법은 다른 곳에서는 그 유형을 찾아 볼 수 없는

운주사 불상만이 갖는 특별한 가치로 평가받는다.

석탑들은 모두 다른 모양으로 각각 다양한 개성을 나타내고 있다. 연꽃무늬가 밑에 새겨진 넙쩍하고 둥근 옥개석(지붕돌)의 석탑과 동그란 발우형 석탑, 부여정림사지 5층 석탑을 닮은 백제계 석탑, 감포 감은사지 석탑을 닮은 신라계 석탑, 분황사지 전탑(벽돌탑) 양식을 닮은 모전계열 신라식 석탑이 탑신석의 특이한 마름모꼴 교차문양과 함께 두루 나타나고 있다.

탑들의 재료로 쓰인 돌은 석질이 잘 바스라져서 오히려 화강암질의 강한 대리석보다 더 고도의 기술을 습득한

불모(석공)님이 아니면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하 하니 그 석질로 빚어 만든 탑이 이렇게 수많은

세월의 풍상을 버티어 전해져 오는 것을 보면 이곳의 조형자들의 기술이 가히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운주사 석탑들은 우리가 흔히 보아온 석탑들이 아니다. 우선 모양에서 호리호리한 것에서 둥글고 동그란 것까지 다양하다. 거기에 새긴 무늬도 마름모 모양(), 교차문(), 쌍교차문(XX), 수직문(),브이()모양까지 여러

가지다. 모두 정형적인 모양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것들이다.

골짜기 가운데에 있는 원형석탑이 발길을 붙잡는다. 호떡 같이 보인다하여 '호떡탑'이라 불린다. 지붕돌과 몸돌 모두 원형으로 하나의 우주를 상징하는 듯하다. 석조불감과 함께 운주사 중심부를 형성한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석탑과 불상들이 운주사를 더욱 찾고 싶은 곳으로 알려진 것은 아닐까?

그 오랜 세월의 풍파속에서도 오늘날까지 남아 우리들에게 그 무엇을 전하려는 건 아닌지...


천불산 다탑봉 운주사는 천불천탑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 불교의 깊은 혼이 서린 운주사는

우리나라의 여느 사찰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의 불사를 한 불가사의한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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