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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