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국
- 송 다 인
1
누가 심어 놓은 정원의 바다인가
눈부신 희열이 출렁출렁거리더니
모란 송이처럼 함지박 눈웃음으로
오는 발길 내내 묶어 두더니
수평선 쪽빛 이야기 속살거리며
가는 발길 희망차게 굴리게 하더니
제발 날 잊지 말아달라며
자꾸만 손사래치고 있었다
어디 하루 이틀이야 말이지
2
짙푸름이 포르스럼 붉으스럼되더니
서서이 곰삭은 진달래의 속삭임으로
비바람이 누차 지나가더니
넘실대던 청춘은 간 곳이 없고
고요히 꼼짝 달싹 쥐 죽은 듯이
온 육신 움켜잡고 있으니
쉬이 쉬
떠들지 말거래이
꽃잎 하나라도 떨어질세랴
오늘도 예사롭게 지나치지 못하는
눈에 밟히는 내 이명의
황야에서 너는
3
늦가을 저녁 어스름 길목에서도
초겨울 설렁한 귀가 길에서도
그 꽃잎 그대로 단풍이 물드는 구나
꽃이 시들면 다 지는 게 아닌가
붉은 청춘 황홀하던 오동도의 동백꽃도
붉은 영혼 가지런히 포개면서
살며시 떨어져 귀향하고 있는데
너는 왜 어이하여
세상의 미련 떨치지 못하고
아직도
낙화하는 황혼 걸치지 못하는 구나
봄이 오면 아해야
한 떨기 수국들의 향연을 위해
뜰 안채에 심어 두지 않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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