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중국에서는 '꽃의 왕(花王)'이라고 불리울 정도였으며, 현재도 매화와 더불어 국화(國花)로 불릴정도이니,

모란꽃(목단꽃)이 어떤 위상을 나타내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꽃말 : 왕자의 품격, 부귀, 영화, 행복한 결혼생활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모란(牡丹, Paeonia suffruticosa)은 작약과의 잎지는 떨기나무입니다.

사연

                                       -  도 종 환

한평생을 살아도 말 못하는 게 있습니다.
모란이 그 짙은 입술로 다 말하지 않듯
바다가 해일로 속을 다 드러내 보일 때도
해초 그 깊은 곳은 하나도 쏟아 놓지 않듯
사랑의 새벽과 그믐밤에 대해 말 안하는 게 있습니다
한평생을 살았어도 저 혼자 노을 속으로 가지고 가는
아리고 아픈 이야기들 하나씩 있습니다.

화중지왕 모란과 꽃의 재상 작약
‘화중지왕(花中之王)’. 꽃 중의 왕이다. 모든 꽃이 그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꽃이라는 것이다. 무슨 꽃일까. 모란이다. 이 꽃을 ‘국색천향(國色天香)’이라고도 했다. 나라의 최고 미녀요, 가장 빼어난 향기를 자랑한다는 뜻이다. 꽃으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다. 모란은 지금 같으면 세계꽃박람회에서 미스월드, 또는 미스유니버시아드를 차지한 꽃이다. 못해도 미스차이나나 미스코리아는 된다.
별의별 예쁜 꽃이 많은 요즘에는 화중지왕에 대해 달리 볼 수도 있겠다. 이국적이고도 늘씬하고 농염한 꽃이 얼마나 많은가. 그렇지만 중국이나 우리나라 등 적어도 동아시아 안에선 이 모란을 꽃 중의 꽃, 미녀 중의 미녀로 쳤다. 당나라의 절세미녀 양귀비도 이 모란꽃에 비유했다. 그런데 적자(赤紫)색의 화려하고 풍성한 모란꽃을 보면, 경국지색이었다는 양귀비의 이미지가 대충 떠오르기도 한다. 늘씬하면서도 섹스어필하는 현대의 미녀와는 다르게 그려질 수밖에 없다.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이 그린 베니스의 미녀들처럼 풍염한 미(美)가 아니었을까.
모란꽃을 얘기하는데 시성 이백(李白)의 시가 빠질 수 없다. 어느 봄날 당나라 현종이 양귀비와 함께 침향정에 나와 활짝 핀 모란꽃의 아름다움에 취했다. 난간에 기대앉은 양귀비를 보다가 어느 것이 사람이고 어느 것이 꽃인지 분간을 할 수 없었다. 당장 한림봉공 이백을 불러들이라 명했다. 술집에서 거나하게 취해 있다 창졸지간에 끌려온 이백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한 바가지 물세례를 받고서야 정신을 차린 이백이 거침없이 붓을 놀리니 세 편의 시가 경각에 이뤄졌다. 그것이 저 유명한 청평조사(淸平調詞) 3수다. 그중 세 번째 시다.


꽃과 절세미녀가 서로를 보고 즐거워하니 (名花傾國兩相歡)
바라보는 군왕의 입가에 절로 웃음이 일도다 (長得君王帶笑看)
향기로운 봄바람은 온갖 근심을 날리누나 (解釋春風無限恨)
침향정 북쪽 난간에 기대어 서니 (沈香亭北倚欄干)

모란은 한자명으로는 ‘목단(牧丹)’이다. 모란이란 이름이 여기서 유래했다. 이명(異名)으로 ‘목작약(木芍藥)’이라고도 하는데 모양이 작약 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모란과 작약은 둘 다 미나리아제빗과이지만 모란은 나무이고 작약은 풀이다. 이 둘은 꽃과 잎, 전체적인 생김새가 서로 비슷하다. 꽃피는 시기도 5~6월경으로 비슷하다. 각별히 관심이 있지 않으면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 초본(풀)인 작약을 일부러 초작약(草芍藥)이라고도 한다.
이리 봐도 예쁘고 저리 봐도 예쁘다는 뜻으로 ‘앉으면 모란, 서면 작약’이라는 말도 있다. 그렇게 모란과 작약은 우열을 가르기 어렵다. 그러나 화품의 품계를 정확히 따지면 작약이 모란보다 한 급 밀린다. 예부터 화왕을 모시는 재상이란 뜻으로 화상(花相)이라고 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왕인 모란이 만인지상(萬人之上)이면, 화상인 작약은 일인지하(一人之下)다. 모란이 먼저 피고 작약이 그 뒤를 따라 피기 때문에 마치 재상이 왕을 보필하는 듯해서 그 품계를 정했다는 얘기도 있다. 어디까지나 옛사람들의 품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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